- 공부하는 수비수 창원FC 황정욱의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짧으면서도 명확한 뜻이 담겨있었다.
- 대건고(인천유나이티드 U-18) 출신 황정욱은 2019년 인천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의 꿈을 이뤘다.
- 당시 인천을 이끌어갈 차세대 센터백으로 큰 기대를 받았으나 이듬해 돌연 상근예비역 복무를 결정하며 K4리그 서울노원유나이티드로 떠났고, 2년 뒤인 2022년 복귀했지만 단 한차례도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채 잊히듯 서울 이랜드 FC로 이적했다.

[SPORTALKOREA=강릉] 배웅기 기자= '공부하는 수비수' 창원FC 황정욱의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짧으면서도 명확한 뜻이 담겨있었다.
대건고(인천유나이티드 U-18) 출신 황정욱은 2019년 인천 유니폼을 입고 프로 데뷔의 꿈을 이뤘다. 당시 인천을 이끌어갈 차세대 센터백으로 큰 기대를 받았으나 이듬해 돌연 상근예비역 복무를 결정하며 K4리그 서울노원유나이티드로 떠났고, 2년 뒤인 2022년 복귀했지만 단 한차례도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채 잊히듯 서울 이랜드 FC로 이적했다.
프로의 벽은 높디 높았다. 황정욱은 이재익(울산 HD), 김민규(김천상무), 김수안(충남아산FC), 김원식(천안시티FC) 등 쟁쟁한 경쟁자들에게 밀려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난해 겨울 갈 곳 없던 황정욱을 품은 건 이영진 감독의 창원이었다. 황정욱은 창원 이적 후에야 걱정 없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돌아봤다.

국방의 의무
프로 1년 차 19세의 어린 선수가 꿈을 뒤로하고 군 복무를 위해 K4리그 진출을 택한다는 건 보편적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상무에서병역과 체육활동을 병행하는 게 일반적이고가능성은 낮을지라도 국제 대회 출전으로 하여금 병역 특례 혜택을 받는 경우도 있다.
어린 시절의황정욱은 커리어에 '불확실성'이라는 요소를 지우고 싶어 했다. 황정욱은 "구단, 가족과 정말 오랫동안 상의하고 고민했다. 물론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지만 오히려 일찌감치 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과감히 결정을 내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역 후에는많이 뛰지 못해 갈증이 컸던 게 사실이다. 갈 곳 없던 저를 불러주신 이영진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여기서 최대한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성장해 상위 리그로 돌아가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창원의 반 다이크
황정욱은 고작 8세에 불과하던 2008년부터 리버풀에 푹 빠졌다. 지금도 축구화에는 펜으로 버질 반 다이크(리버풀)의 이름 이니셜을써뒀다. 배번 37번역시 과거 리버풀에서 마르틴 슈크르텔이 달고 뛰었던 번호다. 황정욱은 늦은 시간이 아니라면 꾸준히 리버풀 경기를 챙겨보며 반 다이크의 플레이 스타일을 분석하고 있다.
"파울을 많이 내지 않고 볼만 빼오는 수비와 제공권이 장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황정욱은 "리버풀이 (2024/25)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해 상당히 기분이 좋다.(웃음) 당연하게도 한참 멀었지만 항상 반 다이크처럼 플레이하고 싶다. 사실 센터백이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포지션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반 다이크처럼 눈에 띄는 수비수가 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 지난 시즌 전성진(화성FC)이 시상식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이 됐다. 각자 노력하고 자신의 기량을 증명했기 때문에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저는 이제 고작 스물몇 경기 정도를 뛰었을 뿐"이라며 "목표를 바로 이루는 선수는 없다. 깻잎처럼 얇을지라도 한 장 한 장 조금씩 쌓여 진정한 '선수'가 되는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공부하는 축구선수
황정욱은 영어를 능숙히 구사하는 '바이링구얼'이다. 어릴 적 미국 하와이에 살며 자연스레 체득하기도 했지만 "언제까지고 축구를 할 수 있는건 아니"라며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실제로 황정욱은 대건고 1학년 때까지만 해도 과외를 받으며 높은 성적을 유지했다.
황정욱은 "부모님께서 항상 축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선수라면 은퇴 시기가 있기 때문에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중학교 때까지는 학원을 다녔고,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과외를 받았다"며 "대건고가 워낙 엘리트 선수가 많았기 때문에 어느 시점부터는 병행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께 공부를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고 진지하게 말씀드린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이윽고 "인생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 어린 마음에떼를 쓸 수도 있었을 텐데 바로잡아주신 부모님께 항상 감사드린다. 잘 성장해 해외 리그 진출 기회가 생긴다면 보다 자신감이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축구만 잘하면 될 것 같은데…"라며 장난기 섞인 자기 고백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인천유나이티드, 게티이미지코리아, 창원FC
- '배웅기의 언더도그'는 꿈을 좇는 K3~K7리거와 현역 은퇴 후 제2의 삶을 그리는 과거의 축구 스타를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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