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목소리] '캡틴' 이영주 공백 메운 이금민, "하늘이 도운 우승…모두 함께 이룬 것"

[SPORTALKOREA=수원] 배웅기 기자= 신상우호 '캡틴' 이금민(버밍엄 시티 WFC)이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우승의 공을 이영주(경주한수원WFC)에게 돌렸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 국가대표팀은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만과 2025 E-1 챔피언십 3차전에서 지소연(시애틀 레인)과 장슬기(경주)의 연속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1승 2무(승점 5)로 2위 중국, 3위 일본과 동률을 이뤘으나 승자승 및 다득점 원칙에 의거해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우승은 지난 2005년 초대 대회 이후 무려 20년 만이다.

신상우호는 이번 대회에 앞서 4명의 선수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김진희(경주)와 최유리(인천현대제철 레드엔젤스)가 각각 왼쪽 무릎과 오른쪽 대퇴부 부상으로 하차했고, 며칠 뒤 주장 이영주와 박수정(울산과학대)이 각각 왼쪽 무릎과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소집해제됐다.

이금민은 중국과 1차전(2-2 무승부)을 일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대만전 이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금민은 "팬분들과 모든 선수가 함께 이뤄낸 우승이다. 감격스럽다"며 "(주장으로서) 무게감과 부담감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컸다. 다행히도 모든 선수가 함께 짊어지고 뛰어줬다"고 밝혔다.

이날 이금민은 우승 세리머니에 앞서 선배 김혜리(우한 처구 장다)와 지소연에게 트로피를 양보했다. 이에 대해서는 "혜리 언니와 소연 언니께서정말 오래 걸렸다. 소연 언니께서평소 부탁을 하는 편이 아닌데 '언니가 하면 안 되겠니?'라고 물어보셨다. 저는 당연히 소연 언니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흔쾌히 넘겼다. 마음을 알 것 같았고, 전혀 아쉽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멋있는 그림이 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일본과 중국의 경기 전만 해도 한국의 우승 확률은 희박했다. 그런데 일본과 중국이 득점 없이 비기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연출되며 우승의 열쇠가 한국의 손에 넘어왔다. 이금민은 "이 정도면 하나님께서 우승하라고 도우신 게 아닐까. 이렇게 하라고 해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금민은 물론 '최고참' 김혜리와 지소연을 비롯한 모든 선수가 A대표팀에서 처음 경험한 우승이다. 이금민은 "우리가 매번 동아시안컵에서 무기력했다. 우승 팀은 정해져 있었고, 한 경기만 끝나도 3위가 당연했다. 이번에는 임하는 각오부터 달랐다"며 "다만 여전히 부족하고 보완할 점이 많이 보였다. 아시안컵을 앞둔 만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금민은 주장이라는 중책을 곧잘 소화할 수 있게끔 도와준 이영주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금민은 "주장을 해보며웬만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뻔뻔하기도 해야 하고 무엇보다 강심장이어야 한다"며 "영주 언니의 조언이 정말 컸다. 정말 감사드리고 비록 이 자리에 계시지 않았지만 함께 우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영주 언니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 개인적으로 주장은 이번 한 번으로 족하다"고 웃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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