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이 가라앉고 있지 않은 대한축구협회의 축구인 사면의 안건이 일부 이사진에게 사전에 공유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 일부 이사진은 이사회가 시작된 후에서야 해당 안건을 전달받았고, 협회 규정 상 사면은 회장의 고유 권한이라는 주장 때문에 반론조차 할 수 없었다.
- 같은 날 오전 임원 회의가 열렸지만 많은 이사진이 참석하지 못했을 뿐더러, 이 자리에서 사면 안건이 명확하게 공유되지 않았고 디테일하게 논의되지도 않았다.
[골닷컴] 김형중 기자 = 충격적이다. 논란이 가라앉고 있지 않은 대한축구협회의 ‘축구인 사면’의 안건이 일부 이사진에게 사전에 공유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일부 이사진은 이사회가 시작된 후에서야 해당 안건을 전달받았고, 협회 규정 상 ‘사면’은 회장의 고유 권한이라는 주장 때문에 반론조차 할 수 없었다.
최근 축구계 사면 논란이 뜨겁다. 협회는 지난달 28일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앞두고 이사회를 개최한 뒤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은 전·현직 선수와 지도자, 심판 등 100명을 사면했다. 협회는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을 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2011년 한국축구의 근간을 흔들었던 승부조작 가담자 48인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여론은 들끓었고 결국 협회는 31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사면을 전면 철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센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 4일 협회 이사진은 전원 사퇴를 발표했고, 5일에는 하태경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사면 대상자 100인 명단을 입수해 일부 내용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면이 결정된 2023년 2차 이사회 진행도 졸속이었음이 드러났다. '골닷컴'의 취재 결과, 지난달 28일 이사회에 참석한 일부 이사진은 그 자리에서 사면이 포함된 안건에 대해 처음 전달받았다.
이사회가 시작된 뒤 사면 안건이 발의되자 한국프로축구연맹 조연상 사무총장은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연맹은 이미 사면이 이사회 안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기존 입장 그대로 반대 의견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부 이사진은 이사회 현장에서 승부조작이 포함된 ‘축구인 100인 사면’이 이번 이사회의 안건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같은 날 오전 임원 회의가 열렸지만 많은 이사진이 참석하지 못했을 뿐더러, 이 자리에서 사면 안건이 명확하게 공유되지 않았고 디테일하게 논의되지도 않았다. 이후 이사회에서는 공정위원장이 “사면은 협회장의 고유 권한”이라고 못 박았고 참석자들은 찬반 의사를 밝힐 틈도 없었다. 이어 정몽규 회장이 최종 승인하며 이사회는 종료되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공정위규정 제24조에 따르면 ‘사면권의 발의는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고유 권한으로 협회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하며 사면의 종류, 대상 등은 사면법상의 징계 사면 관련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다시 말해 회장의 고유권한은 사면의 결정이 아닌 발의이고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에서는 이사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회장의 고유 권한이라는 부분만 강조되며 일방적으로 가결되었다.
결국, 이번 사면 결의는 협회의 일부 인사들이 주도했고 기습적으로 처리한 졸속 행정임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