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한수원FC 동갑내기 절친 구대엽과 박동혁의 이야기다.
- 지난달 31일 경주축구공원3구장에서는 경주와 양평FC의 2025 K3리그 11라운드가 열렸다.
- 이날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선 박동혁은 후반 막바지 오른쪽 발뒤꿈치에 불편함을 느꼈고, 양평 공격수를 따라가던 중 넘어지며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SPORTALKOREA] 배웅기 기자= 친구의 진심 어린 응원 앞에서 부상은 결코 그를 괴롭힐 수 없다. 경주한수원FC '동갑내기 절친' 구대엽과 박동혁의 이야기다.
지난달 31일 경주축구공원3구장에서는 경주와 양평FC의 2025 K3리그 11라운드가 열렸다. 이날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선 박동혁은 후반 막바지 오른쪽 발뒤꿈치에 불편함을 느꼈고, 양평 공격수를 따라가던 중 넘어지며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진단 결과는 시즌 아웃이었다. K3리그 강호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5월 한 달 동안 단 1승조차 거두지 못한 경주는 주장 박동혁까지 전열에서 이탈하며 흔들렸고, 14일 전북현대 N전(2-1 승리) 승리 전까지6경기 연속 무승(3무 3패) 수렁에 빠졌다.
부상 당사자인 박동혁만큼이나 마음고생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동갑내기 친구 구대엽이었다. 사실 두 선수가 친해진 건 반년이 채 되지 않았다. 구대엽과 박동혁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각각 화성FC와 울산시민축구단에서 뛰었고, 그저 그라운드 위에서 적으로 만나며 '내적 친밀감'을 형성했을 뿐이다. 올겨울 함께 경주 유니폼을 입고 수비진에서 호흡을 맞추며 경기장 안팎으로 둘도 없는 사이가 됐다.

구대엽은 14일 경주축구공원3구장에서 치러진 전북과 2025 K3리그 13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36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7경기 만의 승리 주역으로 빛났다. 구대엽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눈 직후 벤치로 달려갔고, 박동혁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어 올리며 친구의 쾌유를 바랐다.
스포탈코리아는 구대엽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 구대엽은 "제가 아는 경주는 K3리그 대표 강팀이고지금의 순위는 있어서는 안 되는 위치라고 생각한다. 부상자가 속출하고 불운한 경기가 계속되다 보니 영 성적이 좋지 않았다. 전북전만큼은 반드시 이겨 저조한 흐름을 끊어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간절히 임한 게 결승골과 승리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세리머니의 배경을 묻는 질문에는 "동혁이가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 아웃 진단을 받았다. 조금이나마 힘이 돼주고 싶은 바람이었다. 사실 직전 창원FC전(0-0 무승부)에도 유니폼을 챙겼는데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마음처럼 잘 되지 않더라.(웃음) 다행히도 전북전에는 동혁이의 좋은 기운이 통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동혁이가 경기장을 오지는 못하고 유튜브 생중계로 지켜봤다고 하더라. 화면에는 잘 비치지 않아 아쉽다. 왜 카메라를 제대로 못 찾냐고 한 소리 들었다"고 밝혔다.

구대엽은 선수로서 박동혁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2023년 5월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올랐고,약 10개월 만인 지난해 3월 다시금 그라운드를 밟은 기억이 있기 때문. 구대엽은 "동혁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재활 역시 쉬운 과정이 아닐 텐데 제 세리머니가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동혁이 몫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부상자가 대다수돌아왔고, (서보원)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진에서도 분위기 전환을 위해 많이 노력해 주셨다. 분명 저희 위치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목표는 여전히 우승이고 한 경기 한 경기 쭉쭉 이겨 나가다 보면 불가능은 아닐 것"이라며 반등을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구대엽은 다소 쑥스러워하면서도 박동혁을 향한 메시지를 빼놓지 않았다. 구대엽은 "동혁이는 누구보다 헌신적이고 팀을 위하는 선수다. 재활을 잘 이겨내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동혁아, 얼른 다시 같이 뛰자"고 전했다.

박동혁 또한 친구의 진심 어린 응원에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구대엽과 통화 후 본지와 짤막한 인터뷰를 가진 박동혁은 "대엽이가 팀에서 유일한 동갑내기다. 정말 고마웠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뭉클했다"며 "사실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은퇴'라는 단어를 염두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엽이를 비롯한 많은 분께서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셨고, 아직은 축구를 더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복귀를 목표로 다음 달부터 초기 재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사진=경주한수원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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