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이끈다. 클린스만 감독은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그대로 소집했다. 감독과 선수가 만나 첫인사를 나누고, 선수와 팬이 만나 3개월짜리 추억을 되새기는 무대다.

[홍재민] 벤투호에서 클린스만호로; 서서히, 공격적으로

골닷컴
2023-03-25 오전 10:25
720
뉴스 요약
  • 이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이끈다.
  • 클린스만 감독은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그대로 소집했다.
  • 감독과 선수가 만나 첫인사를 나누고, 선수와 팬이 만나 3개월짜리 추억을 되새기는 무대다.
기사 이미지

[골닷컴] 셀레네는 달의 여신이다. 그가 장막을 친 상태가 밤이다. 이 장막을 다시 걷어야 태양의 신 헬리오스가 나타나 낮이 된다. 헬리오스를 부르는 신이 바로 새벽의 신 에오스다. 금빛 마차를 탄 에오스가 달리면서 장막을 걷어주는 덕분에 우리의 아침이 밝아온다. 문과인 내겐 지구 자전보다 그리스 신화 쪽이 훨씬 마음에 든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이 끝난 지 3개월이 지났다. 현대인이 아무리 바빠도 언제든 얼마든 소환될 수 있는 범위의 과거지사다. 축구 팬들의 마음속에는 16강행 ‘극장골’이 생생하다. 그라운드 한가운데에서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 결과를 지켜보던 간절함, 종료 휘슬과 동시에 터져 나왔던 환호성이 아직 어제 같다.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그 얼굴들이 그대로 등장했다. 카타르월드컵의 환희가 즉시 재점화되었다. 대, 한, 민, 국!

아시다시피 파울루 벤투 감독은 없다. 이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을 이끈다. 가장 중요한 한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서 축구팀은 일변하진 않는다. 경극 가면이 아니라 동네 짐에 새로 등록한 당신의 근육처럼 서서히 변해 간다. 벤투 전 감독의 큰 틀을 유지한 상태에서 클린스만 현 감독의 개성을 조금씩 보태는 여정이 지금 막 출발한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클린스만호의 첫 소집은 ‘에오스적’이다. 카타르월드컵 16강의 여흥과 북중미월드컵의 기대가 겹친다.

3월 24일 콜롬비아전은 그런 의미를 잘 드러냈다. 클린스만 감독은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그대로 소집했다. 8일 입국한 클린스만 감독은 이제 겨우 한국 살이 16일 차에 지나지 않는다. 3월 A매치는 경기력 측정이라는 목적보다 대표팀 선수들과 팬들이 직접 만나 감사와 축하를 나누는 자리라는 성격이 더 강하다. 클린스만 감독으로서도 이번 콜롬비아와 우루과이 2연전은 분위기 파악에 가깝다. 감독과 선수가 만나 첫인사를 나누고, 선수와 팬이 만나 3개월짜리 추억을 되새기는 무대다. 낮과 밤이 섞여 보라색으로 물드는 그런 시간.

다행히 클린스만호는 첫발을 잘 내디뎠다. 선수들은 카타르월드컵을 떠올릴 만큼 혼신을 다해 뛰는 모습이었다. 평소 평가전보다 훨씬 열정적이고 치열했다. 37분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장면이 상징적이었다. 김태환, 조규성, 손흥민, 정우영이 한꺼번에 상대 골문을 향해 달렸다. 선수들은 둔탁한 볼터치에도 소유권을 잃지 않고 파이널서드 영역까지 진입해 결국 코너킥까지 얻었다. 한국이 전개 도중 옆으로 새는 볼을 계속 취득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간단하다. 여기저기 생기는 공간을 먼저 차지한 덕분이었다. 상대보다 더 열심히 뛰었다는 뜻이다.

콜롬비아전에서 한국은 자기 진영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골킥으로 시작된 빌드업은 간결했다. 최후방에서 중원으로 단번에 패스가 나갔다. 최전방을 향한 롱볼도 빈번했다. 경기 후, 황인범은 “감독님께선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것을 잘하자고 말하면서도 몇 가지 포인트를 강조하셨다”라고 말했다. 후반전 2실점이 아쉬우면서도 콜롬비아전이 긍정적이었던 이유는 클린스만 감독이 강조했다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잘 드러났기 때문이다. 황인범은 “미드필더들에게 공격적인 터치와 전개를 제일 강조하셨다. 공격 진영에 가면 주저하지 말고 과감하게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스타일을 선호하셨다”라고 설명했다.

월드클래스 공격수 출신 지도자답게 클린스만 감독은 첫 소집부터 선수들에게 공격적 플레이스타일을 강조했다. 입국 이후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이 목표”라는 말을 거의 매번 밝힌다. 아시아 레벨에서 한국은 뒤로 물러서는 팀을 자주 상대한다. 단단히 닫은 상태를 풀 방법은 득점밖에 없다. 득점은 공격이란 과정이 있어야만 생성되는 산물이다. 월드컵 16강을 해낸 틀을 유지하면서 공격적 성향을 키운다는 것은 어쩌면 2023년 클린스만호가 선택할 유일한 방향성이다.

대표팀은 25일 외박 후 26일 월요일 다시 모인다. 그리곤 28일 화요일 상암에서 우루과이를 상대한다. 평가전이라서 승패 결과가 큰 의미를 지니진 않는다. 하지만 우루과이는 카타르월드컵의 첫 상대였다. 선수들에겐 평가전 이상의 동기부여가 된다. 클린스만호 첫 소집의 마지막 일정이기도 하다. 에오스가 할 일을 마치면 태양의 신 헬리오스가 나타난다. 사방이 밝아지면 기분이 산뜻한 만큼 작은 티끌도 잘 보이기 마련이다. 다음 소집(6월)부터는 클린스만호의 축구도 훨씬 더 잘 보일 것이다. 그 전까지 ‘에오스적’ 우루과이전을 신나게 즐기자는 말씀.

지금 FC ONLINE의 실시간 이슈를 확인해보세요!
댓글 0
0 / 300
출석체크하고 포인트 적립! Daily Reward출석체크하고 포인트 적립! Daily Reward
© 2023 NEXON Korea Corp.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