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TV 중계화면이 아닌 직접 대면으로 카타르월드컵 16강을 자축한다. 대한축구협회는 곳곳에 다시, 카타르라는 문구를 걸었다.

[홍재민] 클린스만호의 데뷔전 뒷맛이 아리송하다

골닷컴
2023-03-29 오전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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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요약
  •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 TV 중계화면이 아닌 직접 대면으로 카타르월드컵 16강을 자축한다.
  • 대한축구협회는 곳곳에 다시, 카타르라는 문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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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A매치 2연전은 축하연에 가까웠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과 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TV 중계화면이 아닌 직접 대면으로 카타르월드컵 16강을 자축한다. 신임 감독은 팬들에게 첫인사를 보내고, 두 경기에 모인 약 10만 관중이 그를 환영한다. 대한축구협회는 곳곳에 ‘다시, 카타르’라는 문구를 걸었다. 내년 1월 AFC아시안컵 개최지도 카타르다.

24일 콜롬비아전은 나쁘지 않았다. 전반전 경기력은 두 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최고 스타 손흥민은 두 골을 터트려 팬들을 열광시켰다. 마인츠에서 최고 시즌을 보내는 이재성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상대 패스를 연신 끊었다. 황인범의 스루패스는 날카로웠고, 김민재의 대인마크는 폭발적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외친 “공격 앞으로”를 바탕으로 선수들은 남미 강호 콜롬비아를 몰아댔다. 승리 빼고 다 있었다.

나흘 뒤 클린스만호의 두 번째 경기는 더 좋아야 했다. 축하연 무대에 6만3,952명이 운집했다. 더군다나 상대는 카타르월드컵의 첫 상대였던 우루과이였다. 3개월 전, 무득점 무승부라는 아쉬움을 털어낼 기회였다. 당시 멤버들이 대부분 빠졌지만, 한국 팬들과 악연을 쌓는 페데리코 발베르데(24)는 팀 주장으로서 당당히 한국을 다시 찾았다. 우루과이전 승리는 3월 A매치 축하연의 더할 나위 없는 메인디쉬가 될 것이다.

경기 초반은 스산했다. 선수들은 볼 점유를 내주며 끌려갔고, 킥오프 10분만에 선제 실점까지 내줬다. 소녀 팬들의 “괜찮아, 괜찮아” 격려와 달리 경기 내용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 우루과이의 기세에 눌려 한국은 전진하지 못했다. 다행히 전반 중반부터 손흥민과 이강인이 개인 기량으로 경기 분위기를 되찾았다. 그 전까지 관중석 소리가 ‘웅성웅성’이었다면, 전반 막판으로 갈수록 ‘와와’로 함성이 커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첫 20분 동안 우리는 리듬을 찾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후반 45분에서는 친선전다움이 결여되었다. 50분 황인범이 만든 동점 상황은 13분 만에 다시 한 골 뒤지는 상태로 변했다. 김영권과 골키퍼가 부딪힌 장면은 부상자 치료와 VAR 판독이 겹쳐 6분이나 소요되었다. 오현규의 통렬했던 2-2 동점골은 재차 VAR 판독을 거쳐 오프사이드 ‘노골’ 선언으로 종료되었다. VAR 판정에 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친선전과 VAR 판독이 만드는 긴장감은 어딘가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VAR도 가끔 눈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쓸데없는 원망이지만.

결국 클린스만호의 두 번째 A매치는 패배로 종료되었다. 우루과이는 장거리 이동과 대폭 물갈이라는 악재 속에서 한국을 2-1로 꺾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초반 20분을 제외한 나머지 70분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라고 자평했지만, 그래서 패배의 맛이 더 씁쓸했다. 잘하고도 승리를 쟁취하지 못하는 ‘순진함’은 FIFA랭킹 25위 팀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안컵 우승을 외치는 마음가짐에는 더 걸맞지 않다. 항상 이길 순 없는 노릇이고, 출발한 지 열흘이 채 되지 않았다는 현실과 타협해야 할 것 같다.

근사하게 차린 축하연에서 팬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축구적 의미가 크지 않았던 터라 1무 1패 결과를 절망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우루과이전에서는 전채 요리와 디저트도 맛이 이상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우루과이전 킥오프 한 시간을 앞두고 ‘축구인 100인 사면 단행’이라는 보도자료를 보냈다.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48명을 포함한 각종 비위 행위 징계자가 사면 대상이었다. 협회는 ‘승부조작에 대한 협회의 기본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하면서도 한국 축구계에서는 승부조작이 용서될 수 있는 행위임을 공식 선언한 꼴이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는 김민재 폭탄이 터졌다. 김민재는 어두운 표정으로 “멘털적으로 무너졌다. 당분간이 아니라 소속팀에 신경을 쓰고 싶다”라고 고백했다. ‘(협회와) 조율된 발언인가?’라는 물음에 “조율이 됐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이야기는 나누고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당분간이 아니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는 워딩은 대표팀 은퇴의 뜻으로 풀이될 수밖에 없다. 확언인지 실언인지는 선수 본인만 알 것이다. 어쨌든 현재 김민재가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카타르월드컵 현장에서 발생했던 불협화음의 연속? ‘아님 말고’ 식의 추측성 보도? 몸이 힘들어서 그랬나?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루과이전의 뒷맛은 계속 헷갈린다.

3월 A매치 2연전의 사명은 떠들썩한 잔치였다. 식욕을 돋구는 전채 요리, 푸짐한 메인디쉬, 사랑스러운 디저트가 이어져야 했다. 상대가 남미 강호 두 팀이기에 메인디쉬가 최상급으로 준비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끝나고 보니 3월 A매치, 카타르월드컵 축하연, 신임 감독 환영회를 구성한 코스 요리마다 조금씩 쓴맛이 베어있다. 클린스만호의 두 번째 A매치는 올 6월이다. 그때까지 누군가 애매한 맛을 싹 잡아주면 참 고맙겠다.

글, 그림 = 홍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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