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로 건너간 이후 줄곧 인종차별의 희생양이 됐는데,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도 일부 팬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손흥민은 2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2-2 무승부를 견인했다.
- 우선 그는 30년 만에 북런던 더비 원정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토트넘 선수가 됐다.
[골닷컴] 강동훈 기자 = ‘쏘니’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이 멀티골을 터뜨리면서 새로운 역사를 쓰는 등 잊을 수 없는 날을 보냈지만, 미소를 지을 순 없었다. 잉글랜드로 건너간 이후 줄곧 인종차별의 희생양이 됐는데,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도 일부 팬들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은 2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2-2 무승부를 견인했다. 그의 활약상 속에 토트넘은 개막 6경기 무패(4승2무)를 이어갔고, 순위표 4위(승점 14)에 자리했다.
이날 손흥민은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토트넘이 0-1로 뒤지고 있던 전반 42분경 감각적으로 왼쪽 측면에서 연결된 컷백을 문전 앞에서 왼발로 절묘하게 방향을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 그는 또다시 아스널에 실점을 내주면서 끌려가던 후반 10분 일대일 찬스를 맞아 가볍게 득점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은 이와 함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우선 그는 30년 만에 ‘북런던 더비’ 원정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토트넘 선수가 됐다. 실제 지난 1993년 존 헨드리(53·잉글랜드)가 멀티골을 터뜨렸던 이후 그동안 아무도 해내지 못했다. 특히 지난 시즌까지 주포로 뛰었던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불리는 해리 케인(30·바이에른 뮌헨)도 하지 못했던 ‘대기록’이다.
여기다 손흥민은 역사상 최초로 토트넘 선수 중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멀티골을 터뜨렸고, 가레스 베일(34·웨일스)과 로빈 판 페르시(40·네덜란드), 티에리 앙리(46·프랑스)를 넘어 역대 ‘북런던 더비’ 최다득점 4위(7골)로 올라섰다. 동시에 로베르 피레스(49·프랑스)를 한 골 차로 바짝 추격했다.
토트넘이 ‘북런던 더비’ 3연패에 빠지면서 동시에 개막 5경기 무패행진이 마감될 수 있던 상황에서 멀티골로 무승부를 이끈 손흥민은 축구 통계 전문 매체 ‘소파스코어’와 ‘풋몹’으로부터 평점 각각 8.6점과 8.8점을 받으면서 활약상을 인정받았다. 이는 단연 ‘최고점’이었다. 그야말로 ‘영웅’ 그 차제였다.
그뿐 아니라 손흥민은 영국 공영방송 ‘BBC’가 선정한 EPL 6라운드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엔제 포스테코글루(58·호주) 감독으로부터도 “다른 레벨에 있었다. 리더로서도, 선수로서도 뛰어나다”며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했는데 정말 열심히 뛰어줬다. 팀을 먼저 생각하고, 또 헌신하는 모습이 대단하다. 마무리 능력도 환상적”이라며 극찬을 받았다.
손흥민은 경기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달성한 150골은 정말 자랑스럽고 감사할 일이 많은 특별한 이정표다. 하지만 오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팀으로서 단결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다음 경기엔 더 강한 모습으로 더 많은 걸 이룰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손흥민은 하지만 이 같은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도 웃지 못했다. 승리하지 못한 것을 떠나, 또다시 인종차별의 희생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날 그는 득점을 터뜨린 후 첫 번째 골을 터뜨린 후 높게 뛰어오르면서 격하게 포효했는데 당시 아스널 관중에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명백한 인종차별 행위가 포착됐다.
실제 토트넘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토크 THFC’는 공식 채널을 통해 “이것은 모든 단계에서 역겹다. 이 역겨운 일에 대해 당장 조치하길 바란다”면서 아스널 팬이 손흥민이 셀레브레이션을 할 당시에 양쪽 눈을 찢는 제스처를 취하는 장면을 확대해서 게시했다. ‘북런던 더비’가 아무리 EPL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치열한 더비라고 해도 결코 해선 안 될 인종차별 행위가 나오자 이에 대한 항의였다.
손흥민이 인종차별을 당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에게도 입에 담을 수 없는 인종차별 발언을 들었다. 이에 당시 토트넘과 EPL 사무국을 비롯하여 각 구단과 에이전시, 그리고 영국 축구계 모두가 SNS 보이콧을 선언했다. 지난해에도 첼시 팬들로부터 동양인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인종차별 행위의 희생양이 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