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 중후반을 풍미했던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의 제자들이 2023년 K리그1을 주름잡고 있다.
- 12개 구단 중 33%인 4개 구단의 사령탑이 과거 부천유공(부천SK 시절 포함)에서 니폼니시 감독의 지도를 받은 인물들이다.
- 니폼니시 감독은 1995년부터 1998년까지 부천 지휘봉을 잡았던 러시아 출신 감독이다.

[골닷컴] 김형중 기자 = 1990년대 중후반을 풍미했던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의 제자들이 2023년 K리그1을 주름잡고 있다. 12개 구단 중 33%인 4개 구단의 사령탑이 과거 부천유공(부천SK 시절 포함)에서 니폼니시 감독의 지도를 받은 인물들이다.
니폼니시 감독은 1995년부터 1998년까지 부천 지휘봉을 잡았던 러시아 출신 감독이다. 당시 국내 프로축구에는 3-5-2 포메이션 아래 압박 축구가 유행이었지만 니폼니시 감독은 포백을 기본으로 한 4-4-2 시스템을 도입해 아기자기한 공격 축구를 이끌며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부천 지휘봉을 잡기 전에는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본선 진출에 성공한 아프리카의 카메룬 대표팀을 이끌고 8강에 진출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바 있다.
부천 시절 니폼니시 감독은 미드필드 플레이를 중시했다. 중원에서 끊임 없이 짧고 빠른 패스를 요구했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상대 진영을 파고들기 원했다. 덕분에 부천은 확실한 스타 플레이어 없이도 뛰어난 조직력을 바탕으로 재밌는 공격 축구를 구사했다. 팬들과 언론은 이를 '니포 축구'라고 불렀다.
그 중심에는 윤정환, 김기동, 남기일 등의 중원 자원들이 있었다. 윤정환은 천재 미드필더라는 별명답게 자로 잰듯한 패스와 정확한 타이밍으로 공격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김기동은 쉴 새 없이 뛰는 부지런함으로 중원의 엔진 역할을 했다. 부천에 가장 늦게 합류한 남기일도 두 선배의 플레이와 흡사한 영리함을 무기로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여기에 수비수 조성환은 단단함을 바탕으로 측면을 지배했고 때에 따라 공격에 가담해 크로스를 올렸다.
15일 강원FC가 윤정환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올 시즌 K리그에서는 니포 축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4명의 선수가 감독으로 열전을 벌이게 되었다.
포항스틸러스의 김기동 감독과 제주유나이티드의 남기일 감독은 올 시즌에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유나이티드를 이끌고 있는 조성환 감독은 최근 다소 주춤하지만, 지난 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로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끌며 인천 축구의 부흥을 열었다. 이들은 현재 맡고 있는 팀에서 니포 축구를 구사하고 있진 않지만, 각 팀에 맞는 맞춤형 전술로 확실한 컬러를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 윤정환 감독까지 가세하면서 니포 축구의 후예들이 전체 사령탑의 1/3을 차지하게 되었다. 니폼니시 감독의 유산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