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의 전반전은 참 좋았는데, 내 후반전은 그냥 이렇게 조용히 끝나는 건가?
- 정대세는3일(한국시간) 일본 매체 사커 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일본 풋볼 리그(4부 리그) 소속 YSCC 요코하마의 코치로 부임하게 된 배경과 현재의 심경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방송 활동 중 정대세는 지난달20일돌연 4년 만에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SPORTALKOREA] 김경태 기자= "인생의 전반전은 참 좋았는데, '내 후반전은 그냥 이렇게 조용히 끝나는 건가?' 하는 갈등이 시작됐다."
정대세는3일(한국시간) 일본 매체 '사커 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일본 풋볼 리그(4부 리그) 소속 Y.S.C.C. 요코하마의 코치로 부임하게 된 배경과 현재의 심경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정대세는 국내팬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인물이다. 과거수원삼성블루윙즈에서 활약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북한 국가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서 팀을 2010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공 월드컵 본선으로 이끄는 등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이후 2022년 FC 마치다 젤비아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최근까지 일본 방송가를 누비며 대세 예능인으로 활발히 활동해 왔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방송 활동 중 정대세는 지난달20일돌연 4년 만에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그렇다면 그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정대세는 마흔 살에 찾아온"중년의 위기"가시작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방송 일이 제 성격에 참 잘 맞았다. 평소엔 은둔형이지만 카메라가 돌면 텐션이 올라가는 스타일이라 방송 활동이 즐거웠고, 가족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마치 평온한 노후 생활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평온함 속에서 찾아온 것은 공허함이었다. 정대세는 "인생의 전반전은 참 좋았는데, '내 후반전은 그냥 이렇게 조용히 끝나는 건가?' 하는 갈등이 시작됐다"며 "밤늦게 깨어 있을 때면 숏폼 영상에서 꿈을 향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펑펑 우는 일이 잦았다. '나는 과연 이대로 인생을 마쳐도 되는 걸까' 하는 억울함 때문이었다. 한계에 다다를 만큼 극한의 정신력으로 싸우던 현역 시절의 나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일본 국가대표 출신이자 현재사령탑(후지에다 MYFC) 자리에 오른 마키노 토모아키의 행보도 큰 자극제가 됐다. 정대세는 "마키노가 감독으로서 주목받고 빛나는 모습이 내게는 너무 눈부시고 부러웠다"며 "나 역시 골을 넣었을 때의 그 짜릿한 고양감, 승리하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폭발하는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월드컵 기간 지상파 방송 출연 등으로 인지도가 최고조에 달했던 만큼, 안정적인 자리를 지속하는것과 새로운 도전을두고 고민도 컸다. 하지만 정대세는 "지도자 공부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해설가는 전술을 '분석'하는 것에 가깝지만, 감독의 핵심은 팀과 선수를 '매니지먼트'하는 것이다.매일 현장 상황을 부대끼며 겪어보지 않고 밖에서 보다가 갑자기 감독이 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코치부터 시작하며 현장 감각을 익히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팀 중 하부리그인 Y.S.C.C. 요코하마를 택한 이유도 명확했다. 정대세는 "상위 리그 팀은 들어가기 위해 막연히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길다. 나는 어떻게든 빨리 뼈대를 파악하고 경험을 쌓아 감독의 자리에 부딪혀보고 싶었다"며 "구단 측에서도 방송 일 병행을 허락해 주었고, 훈련 시간을 배려해 주었다. 무엇보다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할 수 없었기에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점이 완벽히 부합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합류 2주 차를 맞이한 정대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는 강행군 속에 전술 구상으로 머리를 쥐어뜯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그는 "리듬이 완전히 달라져 첫 주는 정신이 아득했고 솔직히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우울하다"면서도 "하지만 이 생활이 내가 진짜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준다. 제자리에 멈춰 서서 '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라고 스스로를 질책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뼈와 살이 되는 값진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주위의 편견에 대해서도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정대세는 "내가 지도자를 한다고 했을 때 '정대세가 무슨 감독이냐'며 코웃음 치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 예전 같으면 남의 시선에 상처받았겠지만, 지금은 타격감이 0"라며 "내가 실패하든 말든 그 사람들의 인생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혹여나 반년 뒤에 못 버티고 그만두게 될지라도, 이 엄청난 도전의 기회를 잡지 않았다면 평생 밤마다 울며 후회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요즘 '축구가 정말 화이트보드에 그린 대로 안 굴러가는구나'라며 풀이 죽어 있기도 하다"며 "하지만 명장들 역시 이런 고뇌의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선수 시절처럼 하루하루 일희일비하며 감정 기복이 스펙터클한 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묵묵히 나아가다 보면 결국 괜찮아질 거라 믿는다"며 미소 지었다.
사진=사커 다이제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Y.S.C.C. 요코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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