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친정팀 페네르바체 SK가 초강수를 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트라브존스포르와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3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시작됐다. 페네르바체는 사고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튀르키예 축구 연맹(TFF)에 분노해 리그를 탈퇴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트라브존스포르와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3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시작됐다. 튀르키예 최고 인기 구단인 두 팀은 경기 내내 치열하게 맞붙었다. 결과도 흥미진진했다. 트라브존스포르가 0-2로 뒤지던 경기를 원점으로 만드는가 하면 페네르바체의 미키 바추아이가 극장골을 터뜨리며 팀에 승점 3점을 선물했다.
경기 내내 관중석에는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팬들이 그라운드를 향해 칼, 동전 등 온갖 위험한 물건들을 집어던졌다. 턱에 동전을 맞고 피를 흘린 선수도 있었다. 당시 주심이 5~10분에 한 번꼴로 경기를 중단할 정도였다.
결국 경기가 끝나고 전쟁이 발발했다. 트라브존스포르 팬들이 그라운드에 난입해 페네르바체 선수단을 공격했다. 코너 플래그를 뽑아 한 선수에게 달려드는 팬도 있었다. 선수들도 참지 않았다. 바추아이는 뒤돌려차기로 팬을 제압했고, 브라이트 오사이 사무엘은 한 팬을 쓰러뜨려 주먹을 휘둘렀다.
트라브존스포르 팬들과 페네르바체 선수들이 난투극을 벌이고 있다. / 사진=Actu Foot
지난 12월 파루크 코카 MKE 앙카라귀쥐 회장이 판정에 불만을 갖고 심판을 폭행,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입장을 표명한 지 3개월이 흘러 일어난 또 한 번의 소요사태다.
페네르바체는 사고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튀르키예 축구 연맹(TFF)에 분노해 '리그를 탈퇴'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오래 전부터 페네르바체는 정부와 협회가 자신들을 차별한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수비수 알렉스 지쿠는 22일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간신히 라커룸으로 몸을 피했을 때 충격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선수들의 안전 확보는 홈팀의 전적인 책임이다"라고 밝혔다.
페네르바체는 다가오는 4월 2일 해당 문제를 구단 총회에서 논의할 것이라 알려졌다. 실제로 페네르바체가 리그를 탈퇴한다면 잔여 경기 몰수패 처리와 동시에 TFF 1. 리그(2부 리그)로 강등 조치된다. 현지 팬들은 강등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페네르바체의 타 유럽 리그 합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제 무대 경쟁력을 갖춘 팀인 만큼 4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 편입 가능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4대 리그의 경우 튀르키예 인접 국가(그리스·불가리아·세르비아 등)에 비해 거리도 멀 뿐만 아니라 리그 탈퇴 위협은 정상화를 위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와 같다는 의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럽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는 이번 사건에 알리 예를리카야 튀르키예 내무장관과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개입해 규탄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튀르키예 축구 연맹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