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은 지난 2018년 8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래로 줄곧 백 포를 활용해왔다.
- 하지만 벤투 감독은 지난 11일 아이슬란드전에서 백 스리를 꺼내 들었다.
-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까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의 예상을 깬 선택이었다.

[골닷컴] 강동훈 기자 =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은 지난 2018년 8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래로 줄곧 백 포를 활용해왔다. 4-3-3 대형 혹은 4-1-3-2 대형을 중용했고, 4-4-2 대형을 택하기도 했다.
백 스리를 활용한 건 부임 이후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홀딩 미드필더에게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 후방 빌드업을 이행하도록 하는, 일명 '라볼피아나(Lavolpiana)' 전술을 주문하기는 했어도 언제까지나 원활한 연계 플레이를 위함일 뿐이지 백 스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지난 11일 아이슬란드전에서 백 스리를 꺼내 들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까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의 예상을 깬 선택이었다. 실제 축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실험보다는 안정을 택해야 하는 시기에 파격적인 변화를 택하자 놀라움을 표했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취재진들과 만나 "활용하기 위한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많이 활용하진 않았지만, 과거에도 썼던 전술이다"며 "어떤 시스템을 사용할지 고민해볼 것이다. 월드컵에서 하나의 전술 시스템을 쓸 수는 없다. 선발 명단 등 최적의 시스템을 찾을 예정이다"고 백 스리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벤투 감독의 말대로 월드컵과 같이 중요한 대회에서는 언제, 어떻게, 어디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여러 전술과 순간순간 필요한 대응책을 사전에 확실하게 준비한 후 결전의 날에 총력을 다하면서 사활을 걸어야 한다.
다만 문제는 지금까지 줄곧 백 포만 활용해왔다는 점에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26·나폴리)가 있었을 때 백 스리를 점검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물음표가 붙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벤투 감독이 급작스럽게 변화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우루과이의 전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루과이는 올해 초 사령탑에 변화가 생겼다. 오스카르 타바레스(75·우루과이)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15년 만에 물러나고, 디에고 알론소(47·우루과이)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으면서 새 출발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전술적인 변화가 생겼다. 타바레스 전임 감독 아래에서 우루과이는 4-3-2-1 대형 혹은 4-3-3 대형 등 주로 원톱을 활용한 전술을 많이 사용했다. 간혹 5-4-1 대형으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 교체 후 4-4-2 대형을 활용한 게 눈에 띈다.
알론소 감독은 부임 후 루이스 수아레스(35·클루브 나시오날)와 다윈 누녜스(23·리버풀)로 이어지는 투톱 전술을 애용하고 있다. 전방에 최대한 수적 우위를 가져가기 위함인데, 실제 우루과이는 올해 열린 A매치 9경기에서 무려 18골을 넣을 정도로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다. 누녜스 자리에 에딘손 카바니(35·발렌시아)가 들어가기도 한다.
이런 우루과이의 전술 변화에 벤투 감독은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백 스리 전술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상대가 두 명의 스트라이커를 내세운다면 세 명의 센터백을 내세워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안정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