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요약
- 바야흐로 11년 전, 故 이광종 감독이 이끈 U-23 국가대표팀은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무실점 전승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룩했다.
- 시간이 흘러 임창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베테랑 수비수가 됐고, 알 와흐다와 강원FC를 차례로 거쳐 2023년 여름 제주에 둥지를 틀었다.
- 제주의 전지훈련이 한창이던 일본 가고시마에서 임창우를 만나 지난 세월을 함께 되돌아볼 수 있었다.
[SPORTALKOREA=일본(가고시마)] 배웅기 기자= "영광스러운 기억이자 추억이지만 동시에 묘한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요"
바야흐로 11년 전, 故 이광종 감독이 이끈 U-23 국가대표팀은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무실점 전승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룩했다. 유독 아시안게임과 연이 없던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난적' 북한을 만나 연장 혈투 끝 1-0 신승을 거두며 28년 만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연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임창우의 결승골. 연장 후반 15분 김승대(대전하나시티즌)의 코너킥이 이용재 머리로 향했고, 리영직(FC안양)이 손으로 걷어낸 볼이 임창우 앞에 떨어지며 극적인 드라마가 완성됐다. 당시 22세의 어린 소년이던 임창우는 팔을 활짝 벌리고 달려가 이광종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진에게 안겼다.
시간이 흘러 임창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베테랑 수비수가 됐고, 알 와흐다와 강원FC를 차례로 거쳐 2023년 여름 제주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가을 예기치 못한 부상이 발목을 잡았지만 재활에 전념하며 통증을 깨끗이 털었고, 시즌이 끝난 뒤인 12월 15일 결혼에 골인하며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
제주의 전지훈련이 한창이던 일본 가고시마에서 임창우를 만나 지난 세월을 함께 되돌아볼 수 있었다.
임창우는 "가고시마는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날씨가 따뜻해 운동하기 좋은 환경이라 몸도 괜찮고 부담 없이 훈련하고 있다. 느낌이 좋다"며 "아무래도 신혼이다 보니 와이프와 장기간 떨어져 지내는 것은 처음이다. 마음이 좋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웃음) 제가 해야 할 일이고 와이프도 많이 이해해 주는 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제주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것에 대해서는 "팀에서 서너 번째 안에 드는 고참이 됐다. 물론 프로 세계에서 경쟁하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경쟁은 당연한 것이고 만약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필요로 한다면 할 수 있는 선에서 조언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경기에 뛰든 뛰지 못하든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만 있다면 만족한다"고 밝혔다.
2010년 현대고(울산 HD U-18)를 졸업하고 울산의 부름을 받은 임창우는 2012년 프로 데뷔, 2014년 대전시티즌(現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임대 이적하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다 같은 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방점을 찍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프로 리그로 진출해 알 와흐다 역대 레전드 20인에 선정되는 등 전성기를 보냈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계약이 만료되며 국내 복귀를 타진한 바 있다.
임창우는 "최근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저를 보시는 분들께서 항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야기를 하시더라. 물론 저에게 영광스러운 기억이자 추억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 이후로 그만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벌써 11년이 지났는데 조금 더 성장하고 좋은 모습 보였다면 많은 분들께 또 다른 기억으로 각인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묘한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지금껏 꾸준히 경기를 뛸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고 커리어를 되돌아보면 여러 감정이 드는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는 매 시즌 '이번 시즌 잘해야지', '새로운 모습 보여야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먹으면 오히려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이제는 어느 상황이든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올 시즌도 좋은 상황이나 좋지 않은 상황이 번갈아 찾아올 수 있다. 시즌은 길게 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냉정히 임하고 임팩트를 줘야 한다는 생각보다 꾸준히 뛰면서 팀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간다면 자연스레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팀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멋쩍은 웃음을 짓더니 "제주에서 3년 차인데 파이널A 경험이 없다. 파이널A 진출 목표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더욱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며 "(김학범)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크게 부담을 주시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 만큼 선수들이 책임감 갖고 서로 이끌어주는 게 중요한 시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창우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로컬 보이'다. 2004년 울산 U-15 현대중에 입학하기 전 제주서초에서 뛰었고, 2023년 제주에 합류하며 무려 19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다.
"돌고 돌아 고향에 온 것이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럽다"며 입을 연 임창우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팀에서 뛸 수 있어 행복하고 소속감부터 뭔가 남다른 느낌이다.(웃음) 이렇게 인터뷰 질문받는 것도 그렇고 제주 출신 후배들이 팀에 들어와 활약하는 걸 보면 내심 뿌듯하다. 저부터 좋은 모습 보이며 모범되는 것이 앞으로 뛸 어린 선수들이 좋은 길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김)륜성이가 초등학교 후배더라. 차이는 엄청나지만 왠지 더욱 챙겨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든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만큼 현역 은퇴 후 계획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었다.
임창우는 "30대 중반 선수들에게 베테랑이나 노장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스스로 한계를 두면 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저는 앞으로 3년이든 5년이든 몸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주변에 (이)청용이 형이나 (기)성용이 형 보면 여전히 최고 수준에서 활약하시는데 정말 존경스럽고 동시에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선수 생활이 막바지를 바라보는 것은 사실이라 저도 미래 생각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도자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다가온다. 뚜렷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팀 거치다 보면서 다양한 감독님의 스타일을 배웠는데 좋은 건 좋은 것대로 습득하면서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먼 미래 이야기지만 벌써 설레는 것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임창우는 "제주 팬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하나 있다. 올해 엠블럼을 비롯해 선수단까지 많은 게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기대해 보셔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올 시즌 신인들과 운동하면서 '정말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어렸을 때 저런 모습 보였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당돌한 플레이를 하더라. 이번 시즌은 신구 조화가 잘 이뤄져 한번 일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새로운 시즌 제주의 돌풍을 예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프로축구연맹
바야흐로 11년 전, 故 이광종 감독이 이끈 U-23 국가대표팀은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무실점 전승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룩했다. 유독 아시안게임과 연이 없던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난적' 북한을 만나 연장 혈투 끝 1-0 신승을 거두며 28년 만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연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임창우의 결승골. 연장 후반 15분 김승대(대전하나시티즌)의 코너킥이 이용재 머리로 향했고, 리영직(FC안양)이 손으로 걷어낸 볼이 임창우 앞에 떨어지며 극적인 드라마가 완성됐다. 당시 22세의 어린 소년이던 임창우는 팔을 활짝 벌리고 달려가 이광종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진에게 안겼다.
시간이 흘러 임창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베테랑 수비수가 됐고, 알 와흐다와 강원FC를 차례로 거쳐 2023년 여름 제주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가을 예기치 못한 부상이 발목을 잡았지만 재활에 전념하며 통증을 깨끗이 털었고, 시즌이 끝난 뒤인 12월 15일 결혼에 골인하며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이 됐다.
제주의 전지훈련이 한창이던 일본 가고시마에서 임창우를 만나 지난 세월을 함께 되돌아볼 수 있었다.
임창우는 "가고시마는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날씨가 따뜻해 운동하기 좋은 환경이라 몸도 괜찮고 부담 없이 훈련하고 있다. 느낌이 좋다"며 "아무래도 신혼이다 보니 와이프와 장기간 떨어져 지내는 것은 처음이다. 마음이 좋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웃음) 제가 해야 할 일이고 와이프도 많이 이해해 주는 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제주에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것에 대해서는 "팀에서 서너 번째 안에 드는 고참이 됐다. 물론 프로 세계에서 경쟁하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경쟁은 당연한 것이고 만약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필요로 한다면 할 수 있는 선에서 조언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경기에 뛰든 뛰지 못하든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만 있다면 만족한다"고 밝혔다.
2010년 현대고(울산 HD U-18)를 졸업하고 울산의 부름을 받은 임창우는 2012년 프로 데뷔, 2014년 대전시티즌(現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임대 이적하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다 같은 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방점을 찍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프로 리그로 진출해 알 와흐다 역대 레전드 20인에 선정되는 등 전성기를 보냈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계약이 만료되며 국내 복귀를 타진한 바 있다.
임창우는 "최근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저를 보시는 분들께서 항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야기를 하시더라. 물론 저에게 영광스러운 기억이자 추억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 이후로 그만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벌써 11년이 지났는데 조금 더 성장하고 좋은 모습 보였다면 많은 분들께 또 다른 기억으로 각인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묘한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지금껏 꾸준히 경기를 뛸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고 커리어를 되돌아보면 여러 감정이 드는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는 매 시즌 '이번 시즌 잘해야지', '새로운 모습 보여야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을 먹으면 오히려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이제는 어느 상황이든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올 시즌도 좋은 상황이나 좋지 않은 상황이 번갈아 찾아올 수 있다. 시즌은 길게 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냉정히 임하고 임팩트를 줘야 한다는 생각보다 꾸준히 뛰면서 팀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간다면 자연스레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팀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멋쩍은 웃음을 짓더니 "제주에서 3년 차인데 파이널A 경험이 없다. 파이널A 진출 목표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더욱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며 "(김학범)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크게 부담을 주시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 만큼 선수들이 책임감 갖고 서로 이끌어주는 게 중요한 시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창우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로컬 보이'다. 2004년 울산 U-15 현대중에 입학하기 전 제주서초에서 뛰었고, 2023년 제주에 합류하며 무려 19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다.
"돌고 돌아 고향에 온 것이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럽다"며 입을 연 임창우는 "제주도를 대표하는 팀에서 뛸 수 있어 행복하고 소속감부터 뭔가 남다른 느낌이다.(웃음) 이렇게 인터뷰 질문받는 것도 그렇고 제주 출신 후배들이 팀에 들어와 활약하는 걸 보면 내심 뿌듯하다. 저부터 좋은 모습 보이며 모범되는 것이 앞으로 뛸 어린 선수들이 좋은 길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김)륜성이가 초등학교 후배더라. 차이는 엄청나지만 왠지 더욱 챙겨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든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만큼 현역 은퇴 후 계획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었다.
임창우는 "30대 중반 선수들에게 베테랑이나 노장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스스로 한계를 두면 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저는 앞으로 3년이든 5년이든 몸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주변에 (이)청용이 형이나 (기)성용이 형 보면 여전히 최고 수준에서 활약하시는데 정말 존경스럽고 동시에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선수 생활이 막바지를 바라보는 것은 사실이라 저도 미래 생각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도자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다가온다. 뚜렷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팀 거치다 보면서 다양한 감독님의 스타일을 배웠는데 좋은 건 좋은 것대로 습득하면서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먼 미래 이야기지만 벌써 설레는 것 같기도 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임창우는 "제주 팬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하나 있다. 올해 엠블럼을 비롯해 선수단까지 많은 게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기대해 보셔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올 시즌 신인들과 운동하면서 '정말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어렸을 때 저런 모습 보였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당돌한 플레이를 하더라. 이번 시즌은 신구 조화가 잘 이뤄져 한번 일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새로운 시즌 제주의 돌풍을 예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