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간 360분 혈투…패한 전북에 비난을 가할 수 없는 이유

[골닷컴] 최대훈 기자 = 전북 현대가 우라와 레즈에 석패하며 2022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여정을 마치게 됐다. 전북은 승부차기에서 3명이 실축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으나 팬들은 그들을 비난하기 어렵다.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전북은 25일 오후 7시 30분 일본 사이타마의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서 열린 2022 AFC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우라와와 2-2로 비겼지만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지난 4월 전북은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3승 3무를 기록하며 요코하마 마리노스에 이어 조 2위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16강 상대는 K리그1의 대구FC. 전북은 지난 18일 대구와의 16강을 시작으로 잠시 중단했던 챔피언스리그 여정을 이어가게 됐다.

전북은 대구와의 16강전에서 송민규의 선제골로 쉽게 승리를 챙기는 듯했으나 제카에게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 후반 종료 직전에 터진 김진규의 극장골로 어렵게 8강에 진출, 이니에스타, 무고사 등이 있는 비셀 고베를 상대하게 됐다.

고베와의 8강전도 쉽지 않았다. 전북은 선취점을 내줬지만 바로우의 동점골로 경기의 균형을 맞췄고, 연장전에서 나온 구스타보와 문선민의 연속 득점으로 4강에 진출했다.

16강전과 8강전, 모두 연장전을 소화한 전북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투지를 불태웠다. 중립 경기장이지만 일본에서 치러졌기에 사실상 원정 경기나 다름없었다.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된 전북이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전북은 전반 11분 마쓰오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끌려갔지만 후반 10분 백승호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하지만 이후 추가 득점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이번에도 연장전에 돌입했다.

사용할 수 있는 교체 카드를 모두 사용하며 우라와에 응수한 전북은 한교원의 득점으로 승리를 거두는 듯했으나 주커에게 극적인 동점골을 허용하며 양 팀의 승부는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 전북 선수들의 눈앞에는 우라와의 붉은 깃발이 아른거렸다. 심리적으로도 위축이 된 것인지 베테랑 선수인 김보경, 이승기, 김진수가 실축하며 우라와에 패하고 말았다.

아쉬운 승부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북을 비난하기는 힘들다. 한 주에 두 경기를 소화하는 것도 살인적인 일정이라고 여겨지는데, 전북은 무려 8일 동안 360분의 혈투를 소화했다. 우라와처럼 직전 승부에서 대승을 거둬 주전 선수들에게 체력적인 안배를 주지도 못한 처절한 상황이었다.

‘전북이 대구, 고베를 상대로 압도적이지 못했으니까’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제한된 인원으로 연장 3연전을 소화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전북의 경기력이 팬들의 눈에 차지 않을 수 있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아시아 무대에서 K리그를 대표해 최선을 다했다.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022시즌 전북의 아시아 제패 도전은 적어도 실패로 평가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