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마지막 경기만큼은 투혼을 발휘했고, 결과를 떠나 팬들에게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장면을 남겼다.
-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고, 반전이 필요했던 순간에도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 한국 축구를 상징해온 투혼과 투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질김마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SPORTALKOREA] 황보동혁 기자='유종의 미'는 어디에도 없었다.
대한민국 축구는 월드컵 마지막 경기에서 유독 강했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마지막 경기만큼은 투혼을 발휘했고, 결과를 떠나 팬들에게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장면을 남겼다.
대표적인 장면이 2010 남아공 월드컵이었다. 한국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기며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탈락 위기 속에서도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0으로 꺾는 대이변을 만들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포르투갈에 선제 실점했지만 끝내 2-1 역전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16강행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정반대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 3차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패했다.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조별리그 전적 1승 2패, 승점 3에 머물렀다. 멕시코와 남아공에 밀려 A조 3위로 내려앉으며 자력 32강 진출도 무산됐다.

더 뼈아픈 건 내용이었다. 한국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에서 남아공을 상대로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공격은 답답했고, 전개는 느렸다. 상대 수비를 흔드는 장면도 많지 않았다. 실점 이후에도 똑같았다.
과거 한국 축구는 벼랑 끝에서 더 강했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결과를 떠나 투혼이라도 남겼다. 탈락 위기에서도 세계를 놀라게 했고, 불가능해 보였던 16강 문을 열어젖혔다. 팬들이 마지막까지 기대를 놓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홍명보호의 마지막 경기는 달랐다.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고, 반전이 필요했던 순간에도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한국 축구를 상징해온 투혼과 투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질김마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를 선수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현대 축구에서 선수들의 개인 능력, 역량 만으로 돌파구를 만들기 쉽지 않다. 이날 한국은 압박을 풀어내는 방식, 공격 전개, 박스 안 침투, 후방 빌드업 등대부분의 상황에서 남아공에 밀렸다. 선수들이 싸우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싸울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더 뼈아팠다.
남아공전 패배는 단순한 1패가 아니다. 월드컵 마지막 경기마다 자존심을 지켜왔던 한국 축구의 흐름이 끊긴 경기였다. 토너먼트 진출과 별개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결과도, 경기력도, 그리고 '유종의 미'도 남기지 못했다.
사진= espnasia,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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